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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화
Unnatural Selection. 한국어 제목은 번역을 거의 그대로 따른 '부자연의 선택'이다.
제목을 조금 더 분석해보면
Unnatural. 자연이 아닌 것의. 혹은 부자연스러운
Selection. 선택
이걸 부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읽을 수도 있고, 자연이 아닌 다른 무엇의 선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모두 unnatural하다.
유전학과 관련하여 내가 아는 지식은 종잇장 한 장과 같지만,
그럼에도 아는 게 있다면 찰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the theory of natural selection)이다.
바다, 땅, 그리고 하늘에 존재하는 모든 종과 개체들 중,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집단만이 살아남아 유전자와 개체를 보존한다는 설이다.
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자연선택설의 최선이고, 이 이론을 두고 벌어진 수많은 논의와 그 논의의 논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자연선택설이라는 단어는 자연natural이 우리를 선택했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다. 능동적인 쪽은 선택하는 자연이고 선택을 당하는 인간은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다.
자연선택설 안에서 종과 개체의 생존을 결정하는 키key는 바로 유전genetics이다.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인류의 발전사도 결국 자연의 손가락질에 결정되었다는 극단적인 표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라는 단어를 해체해서 면밀히 보고 나면, '부자연의 선택'이라고 번역된 unnatural selection이라는 제목 앞에서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부자연의 선택unnatural selection이라는 제목은 그러니까,
종의 존망 여부 앞에서 항상 자연의 선택을 기다리며 수동적인 태도를 취했던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유전자를 다루고 선택함으로써 수천수억 년 동안 이어져온 자연과의 대결구도를 완전히 뒤집어버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암시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크리스퍼(CRISPR)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나, 유전자 편집을 통한 치료가 절실한 환자와 가족.
유전자 편집 기술을 특정 의약기업의 소유물이 아닌, 만인의 기술로 확산시키려는 과학자.
무분별한 유전자 편집 기술의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으려는 정책가.
주어진 연구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서 세계의 환경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과학자.
한편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관심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해보려는 사람까지.
아픈 사람이 있다면, 발전된 기술로 그 사람들을 치료하면 될 것 아니냐.라는 생각은 굉장히 쉽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유전자 편집과 관련한 기술이 세상 그 어떤 문제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주장은 대부분 공감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렇기에 서로 다른 입장 간의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입장들을 크게 두 입장으로 분류해보면
특정 사회 집단의 유전자 편집 기술 독점으로 인한 인간 개량화와 양극화를 우려하는 입장과,
유전병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세상을 기대하는 입장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기술이 앞으로의 세계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이 우리의 삶에 조금이라도 덜 위협적으로 찾아오게 만들고 싶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또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