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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0(토) CAMERA [ SONY ILCE-6000 ] LENS [ Sony E 3.5-5.6/ PZ 16-50 ] DATE [ 2020.10.10(SAT) ] f/6.31/20050mmISO100 오늘은 저녁까지 종일 집에 있었다. 중간고사가 2주 정도 남아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시험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평일보다는 많이 한 것 같다. 베란다에 서면 건너 동네 아파트들이 제법 치밀하게 들어서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진 왼쪽에 보이는 틈 사이로 북한산이 조그맣게 보인다. 평일엔 항상 해가 지고나서 집에 돌아와 대낮이나 해질녘에 이 풍경을 볼 일이 거의 없다. 동남향인 우리집에서는 저 아파트들 너머에서부터 동이 트기 시작하는데, 그때면 각자 다르게 서있는 아파트들의 윤곽선이 검게 하..
을왕리 바닷가 CAMERA [ SONY ILCE-6000 ] LENS [ Sony E 3.5-5.6/ PZ 16-50 ] DATE [ 2020.10.03(SAT) ] f/14 1/100 50mm ISO100 언젠가부터 사진을 어둡게 찍어왔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선명하게 사진을 찍고 싶어 정말 어두운 상황이 아니라면 감도(ISO)는 항상 100을 유지하려 했고, 조리개는 최대한 열었다. 근접 사물이나 인물 사진을 찍는 게 아니고서야 풍경을 찍으려면 조리개를 적당히 조절해서 초점을 고르게 분포시켜보는 것도 괜찮았을텐데, 조리개값을 높여서 사진을 찍으면 센서에 붙은 먼지인지 뭔지 모를 뿌옇게 얼룩이 사진에 남아서(특히 맑은 날 낮 선명한 하늘을 찍을 때), 습관처럼 일단 모든 촬영에 조리개는 최대한 열고, 감도와 셔터스피드..
세상에 온갖 쉬운 말들 어느 시대든, 호시절이든 보릿고개든, 그 와중에 쉬운 말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남을 현혹하는 말들이 많고, 또 그 중에는 그걸 말하고 다니는 것을 당당하게 여기는 이들마저 존재한다. 나는 아직도 울타리 안에 살고 있지만, 건너 보고 건너 들은 세상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쉽지 않은 세상에 쉽다는 말을 쉽게 하는 자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어려운 세상이고 쉽지 않은 길이라면, 그걸 수긍하고 그에 맞춰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쉽지 않은 길은 고난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럼에도 고난의 궤를 벗어나는 어려운 길에 즐거움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좋겠다.
돼지꿈 학교 도서관의 신간 코너에서 황석영 작가의 돼지꿈을 꺼내 집었다. 나는 전용 열람실보다 대출 자료실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데, 공부하다 심심하면 주변 서가에서 책을 꺼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가에서 가져온 책을 모두 읽는 것은 아니고 단지 책상 위에 쌓아두기만 하고 결국 책을 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서가에 꽂고 집에 돌아가는 날도 있었다. 지난 학기에 나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두 수업 사이의 비는 시간이 길어 그 시간을 주로 도서관에서 보냈다. 나는 도서관 대출 자료실의 넓고 하얀 탁자와 그 탁자들이 길게 펼쳐져있는 풍경을 좋아했지만 그럼에도 한 자리에 1시간 넘게 앉아 있는 게 신체적으로나 기분적으로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래 앉아 공부를 할 땐 두 시간 넘게 책상에 앉아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
2020 2020년이 되었다. 하늘은 그리 맑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바깥에 미세먼지가 거의 없어 창문을 열고 방을 환기시킨다. 2019년이 완전히 등 뒤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2019년이 있지만, 학년이 바뀌었고 올해는 작년이 되었다. 2020년이 되었다. 올해가 되었고 수요일이 되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부터,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겨울 방학은 어떻게 보내고 그렇게 올해는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야한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송강호)이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무계획이 실패하지 않는 최고의 계획이라 말했지만, 그럼에도 계획 없이 활기찬 하루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겐 계획이 필요하고 일상에 드라이브를 걸어줄 무언가가 그 사..
경계선(Border, 2018) 개봉일: 2018년 8월 31일(스웨덴)감독: 알리 압바시 영화는 바닷가를 향하고 있는 주인공 티나의 뒷모습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티나는 손가락에 올라있는 벌레를 응시하다 벌레를 보내준다. 티나는 출입국 세관 직원이다. 항만에서 출입국 게이트를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 수상한 냄새가 나면 그 사람을 불러 세운다. 티나는 스스로 감정을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티나의 후각은 백이면 백 술을 밀수하는 사람을 잡아내고, 아동 포르노를 국외로 빼돌리려는 사람도 잡아낸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되는 영화 속 현실과, 소설 속에 등장할법한 티나의 능력은 영화의 초반부터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불편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동료 직원 옆에서 마치 마약탐지견처럼 코를 벌렁이며 감정을 맡는 티나의 모습은 보통..
[NETFLIX] Unnatural Selection: 부자연의 선택 넷플릭스 총 4화 Unnatural Selection. 한국어 제목은 번역을 거의 그대로 따른 '부자연의 선택'이다. 제목을 조금 더 분석해보면 Unnatural. 자연이 아닌 것의. 혹은 부자연스러운 Selection. 선택 이걸 부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읽을 수도 있고, 자연이 아닌 다른 무엇의 선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모두 unnatural하다. 유전학과 관련하여 내가 아는 지식은 종잇장 한 장과 같지만, 그럼에도 아는 게 있다면 찰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the theory of natural selection)이다. 바다, 땅, 그리고 하늘에 존재하는 모든 종과 개체들 중,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집단만이 살아남아 유전자와 개체를 보존한다는 설..
대학의 의미 대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거대담론을 입에 담아 글로 적을 능력도 생각도 나는 없다. 그냥 수업 시간에 느낀 점을 적어본다. 수업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풍경은 내가 군대를 다녀와 학교에 다시 다니며 달라졌다고 느낀 풍경 중 하나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태블릿을 사용한다. 그중에는 필기를 하는 학생도 있고 다른 과제를 하는 학생도 있고 메신저를 주고받는 학생도 있고 옷을 구경하는 학생도 있고 전날 밤의 해외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는 학생도 있다. 가장 많이 보인 노트북 사용의 행태가 대강 이렇고 나는 수업 중에 노트북으로 야구 게임을 하는 학생까지 봤다. 그것의 잘잘못을 내가 따질 수는 없다. 어예 따질 수도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잘잘못을 따지자고 이 글을 적기 시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