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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시아

주변 나라의 추운 계절 밤거리


  나는 중국에 세 번, 일본에 세 번 여행을 다녀왔다. 중국에는 10월 말, 12월 말, 1월 말에 다녀왔고, 일본에는 12월 말, 1월 중순, 그리고 4월 말에 다녀왔다. 여섯 번 중 네 번은 겨울로 분류되는 12월, 1월이었고, 한 번은 가을, 나머지 한 번은 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완연한 여름에 이웃 나라로 여행을 간 적은 없고, 주로 추운 계절에 서해 건너편에 있는 나라와 동해 건너편에 있는 나라에 찾아갔다.

  그래서 일상을 보내다 그 나라들이 떠오르는 계절은 주로 추운 계절이다. 내가 다녀온 바다 건너 나라들의 추운 계절이  떠오르고, 그중에서도 추운 밤거리가 생각난다. 밤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추위, 밤거리를 걸으며 지나치던 이질적인 글씨와 디자인의 간판, 네온사인 등등 이런 것들이 생각난다.


삿포로의 밤거리

  삿포로의 밤거리는, 어딜 가도 눈이 참 많아서 걸을 때 마다 도보를 보고 걸어 다녔다. 차도는 녹아버린 눈으로 젖어있었고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널 땐 검게 녹아버린 눈이 신발과 바지에 튀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보다 더욱 생각나는 건 길가에 늘어선 음식점, 편의점, 잡화점의 간판들과 네온사인 같은 것들이다. 읽을 수 없어 내겐 문자보다는 글씨에 가까운 간판들과의 거리감이 그곳을 더욱더 나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느끼게 했던 것 같다.

  내가 익숙한 것들로부터 먼 곳에서 마주한 익숙지 않은 여러 가지와의 거리감에, 나는 친구와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지만 타국에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 거리감을 느끼고 싶어 더욱 외국에 나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삿포로에서 익숙치 않은 디자인의 전화부스와 공중 전화


상하이의 밤거리

  세 번의 중국 여행 중 두 번은 상해에 다녀왔다. 그중 한 번은 완전히 상해에서만 머물렀고, 다른 한 번은 쑤저우를 먼저 여행하고 상해에 왔다. 1월 말과 12월 말로 두 번 모두 겨울이었다.

  같은 일본의 도시라도 오사카와 삿포로의 밤거리가 비슷한 듯 다르다. 상해의 밤거리는 더더욱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조금은 각진 히라가나, 가타카나에 비해 중국의 간체자, 번체자는 글자를 이루는 획들이 휙 하고 흘려지는 느낌이라 그런지, 똑같이 읽을 수 없는 이웃 나라의 글자들 중에서도 상해의 밤거리를 이루는 네온사인들이 조금은 분주하게 느껴졌다. 비단 글자만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삿포로 밤거리에 대한 느낌과 다르게, 상해의 밤거리는 대로변이고 골목길이고 계속 불어대던 찬 바람이 휘황찬란한 건물이나 네온사인보다 더 먼저 떠오른다. 친구들과 상해에 도착한 첫날 밤이 가장 추웠다. 상해는 제주도보다 남쪽이니 한국처럼 춥지 않겠다는 기대에 두껍지 않은 외투만 거치고 와이탄에 야경을 구경하러 갔는데, 강한 강바람에 숙소를 나와서부터 야경을 구경하고 다시 들어오기까지 벌벌 떨면서 길을 걷고 사진을 찍었던 게 생각난다.

 

숙소 가는 길
숙소 앞 양꼬치 장인 아저씨와 칭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