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다는 생각이 많고, 명소보다는 주변이 위주인 글입니다.
스무 살 여름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2015년에 20살이었으니까 4년도 더 지난 여행이다.
여행 중에 찍은 사진과 휴대폰에 적은 메모를 참고하며 기억을 더듬어 글을 적는다.
사진 없이도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고, 사진이 없어서 떠올리지 못하는 순간들은 더 많을 것 같다.
휴대폰에 남아있는 메모를 그대로 첨부할 때에는 이렇게 색칠로 표시를 했다.
기억과 기록 모두에 의지해서 글을 적는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며 글을 적고 싶다.
2015년 7월 21일 밤에 인천에서 프라하로 출발했다.
프라하에 도착하기 전에 두바이에 5시간 정도 머물러야 했다.
티케팅을 늦게 해서 적당한 가격의 프라하행 직항 항공편을 구하지 못했다.
그나마 적당한 가격의 경유 항공편을 구한 것도 다행이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부모님께서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셨다.
차 안에서 엄마와 작은 말다툼이 있었다.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예민하게 굴었던 것만 기억에 확실하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비행기에 타서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엄마는 괜찮다고. 잘 다녀오라고 했다.
장시간의 비행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나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지쳤던 것 같다.
두바이 공항에서의 5시간이 참 길고도 싱숭생숭했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 사이에 기내식을 두 번 먹고, 감도 잡히지 않는 여행의 시작에 눈은 제대로 붙이지도 못했다.
중간에 짧은 꿈을 꿨는데, 비행기가 유럽에 가다 말고 중국에 착륙했다.
두바이 공항에서 경유했던 5시간이 참 길었다.
기내식을 두 끼나 먹었는데, 뭔가 하나를 더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공항 내 버거킹에 갔다.
나는 그냥 햄버거에 감자튀김에 콜라가 나오는 세트를 주문하고 싶었다.
해외 공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가져온 가이드북을 읽다가, 화장실도 다녀왔다가,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겨우 5시간이 지나서 프라하행 비행기를 탔다.
프라하까지의 5시간은 많이 지루했고, 피곤했다.
비행기와 해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5시간의 비행 동안 창밖이 너무 밝아 잠을 잘 수 없었다.
그 사이에 기내식을 한 끼 더 먹었다.
버거킹에서 먹다 남은 티라미슈였는지 초코빵이었는지도 결국 다 먹었다.
하늘 위에서 속이 더부룩했다.
프라하 공항에 내렸을 때는 큰 느낌이 나지 않았다.
체코 공항에 중국어, 일본어도 아닌, 한국어로 된 안내판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그렇게 4,000 코루나를 환전하고 공항에서 나왔다.
잔돈도 바꾸지 않았고 교통권도 구입하지 않았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음료수 하나를 사고 또 72시간 교통권을 구입했다.
인천에서부터 19시간이 지나서 프라하 공항에 내렸다. 제일 먼저 유심칩부터 갈아 끼웠다.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고 카톡을 보내고, 친구들에게도 인증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짐을 찾고 환전을 했다.
어느 나라의 공항이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생김새와 안내판에 적힌 언어가 주로 다를 뿐,
인천공항이나 두바이 공항이나 프라하 공항이나 그 현대적인 느낌은 비슷했다.
그래서 아직 유럽에 왔다는 게 그리 실감 나지 않았다.
나는 겁이 많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환전한 돈을 이만큼은 배낭에, 이만큼은 크로스백에 나눠서 담았다.
공항 내 편의점에서 시내로 나가는 교통비로 쓸 동전을 만들 겸 콜라 한 병도 샀다.
109번 버스를 타고 프라하 메트로 B선의 종점인 zlicin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 역인 Namesto Reproblica 역에서 내렸다.
가이드북이 시키는 대로 버스 정류장 갔다. 시내와 연결되는 지하철역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버스에 탄 어머니가 있어서 내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는데, 괜찮다며 거절하셨던 것 같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면서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공항은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나라의 공항들이 시내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사이의 거리에 위치한다.
공항과 시내 사이를 채우는 풍경은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 고속도로 위 광고판(빌보드).
공장들도 빠지지 않는다.
지하철을 탄 사람이 많아서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나는 캐리어 말고 배낭을 메고 여행을 갔다. 크고 무겁고 파란 가방을 발치에 뒀다.
휴대폰으로 내가 내릴 지하철역 한 번, 내가 지나치고 있는 역 한번, 번갈아가며 확인했다.
30분 정도 걸려서 시내에 도착했던 것 같다.
느낌이 그러했고 실제로 얼마나 걸렸는지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역에서 내려 시민회관과 백화점으로 둘러싸인 시가지를 딱 바라봤다.
그제야 내가 유럽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쨍쨍 내리는 햇살. 무슨 풍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럽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건물들.
정말 유럽에 왔다는 게 실감 났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역에 내려서, 지하철역 밖으로 나왔다.
나는 건축에는 문외한이라 아는 건축 양식의 이름은 바로크, 고딕이 전부이고 실제로 구분조차 하지 못한다.
어쨌든 살면서 본 적 없는 건축양식의 건물들이 줄지어 눈앞에 서있었다.
내가 유럽에 왔구나
지하철역을 나와서 정말로 느꼈던 것 같다.
생각했던 무엇인가가 생각했던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지는 건 많이 놀랍다.
숙소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난 호스텔월드 어플에 소개된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무거운 짐. 쨍쨍 내리는 햇살. 많이 지쳐있고, 더웠다.
어쨌든 어찌어찌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하러 갔다. 외국인과의 영어 소통은 언제나 쉽지만은 않았다.
체크인은 마쳤는데,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30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색어색 그리고 피곤한 기분으로 리셉션 옆에 있는 휴게실로 갔다.
몇 명의 외국인, 그리고 한 명의 한국인이 보였다.
그 사람도 아직 방을 배정받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예약한 숙소까지 살짝 헤맨 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이 꽤 더웠다. 가뜩이나 무겁고 크고 파란 배낭까지 메고 있어서 등판이 땀으로 다 젖었다.
나는 체크인을 하고 조금만 기다리다 바로 방에 들어간 줄 알았는데, 메모를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휴대폰을 뒤적이다 나는 그냥 크로스백만 다시 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무작정 도로를 따라 길을 걸었다.
그런데 조금 걷다 보니, 여행책자에서 많이 본 성당의 두 지붕이 내 눈 앞에 보였다.
숙소가 구시가지 광장과 가깝다더니, 정말 가까웠던 모양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성당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햇볕이 정말 강했다.
광장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얀 후스 동상 주변에도, 성당 앞에도, 시계탑 앞에도.
온통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내가 예약한 호스텔의 이름이 'Old Prague Hostel'였다.
프라하의 오래된 호스텔이라는 건지, 프라하 구시가지의 호스텔이라는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숙소에서 프라하 구시가지까지는 걸어서 5분이 걸리지 않았다.
구시가지까지 가는 길에 동네 슈퍼마켓도 있었고, 조그만 농구장도 있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광장이 나오고 가이드북에서 봤던 거대한 성당이 나타났다.
성당을 올려다보며 사진도 찍고, 골목을 구경하며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 먹었다.
광장에서는 길거리 공연이 동시에 여기서도 저기서도 있었다.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광장이 꽉 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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