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다는 생각이 많고, 명소보다는 주변이 위주인 글입니다.
프라하에서 독일 동부의 드레스덴까지는 버스로 2-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이동시간이 결코 짧지 않지만, 그럼에도 당일치기로 다녀올만한 거리에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는 사촌 형과 함께 이틀 동안 프라하를 구경하고, 당일치기로 드레스덴에 다녀왔다.
아마 전날 저녁에 사촌 형과 함께 오페라를 보고 숙소에 돌아왔다.
자기 전에 맥주 한 병을 마시며 즉흥적으로 드레스덴에 가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현지 버스 예약 사이트에서 다음날 드레스덴에 다녀오는 버스를 예약했다.
가격은 대략 1인당 왕복 3만 원 정도였다.
둘 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버스 터미널이 있는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여름이었음에도 전날 비가 내렸는지 쌀쌀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을 보니 전날 비가 왔을 수도 있겠다.
버스 출발 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사촌 형은 버거킹에서 따듯한 커피를 마셨고 나는 무엇을 먹었는지 아니면 먹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유럽 여행을 가서 사촌 형을 거의 1년 만에 만났다.
우연히 만난 것은 아니고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프라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형이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던 해에는 내가 대학입시로 바빠 만나지 못했다. 형이 1년 동안의 교환학생이 끝나는 시점에서 유럽에서 만났으니까 못 본 지 1년이 넘은 후에 만난 것일 수도 있겠다.
형은 유럽에 오고 커피가 나름의 취미가 되었다고 말했다. 어디서든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접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 학기 중에도 수업 전에 1,500원이나 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가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은 커피를 매일 마신다.
드레스덴에 도착하니 날씨가 화창했다.
버스 터미널에서 시내까지는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드레스덴의 버스 터미널은 드레스덴 역과 붙어있다. 드레스덴 역 역사 외관이 꼭 박물관처럼 고풍스러웠다.
사촌 형은 독일의 기차역 중에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역사가 많다고 했다. 아쉽게도 드레스덴 역의 사진은 없다.
어디쯤 인지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거리에 가면 이렇게 커다랗고 긴 벽화가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독일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을 그린 벽화였던 것 같다.
유럽 여행을 갈 때 휴대폰에 탈부착하여 사용하는 휴대용 광각 렌즈를 가져갔다. 이 사진은 당시 사용하던 아이폰6에 그 렌즈를 붙여서 찍은 사진인데, 중심은 선명한데 반해 사진 끄트머리에 다가갈수록 흐려진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도착할 때만 해도 화창했던 하늘이 어느샌가 먹구름이 끼더니 막 소나기가 내렸다.
사진을 보면 곧 비가 올 것처럼 먹구름이 껴있다.
사진은 잔뜩 찍어놨는데, 오래 전에 다녀왔으니 죄다 어딘지 모르겠다고 말하기가 좀 머쓱해서 구글에 검색을 해봤다. 즈윙거? 츠빙거? 궁전(Zwinger Palace) 주변에서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잠시 동안 소나기가 매섭게 내려서 지붕 아래서 잠시 비를 피했다.
비를 피한지 30분도 안 돼서 하늘이 다시 맑게 갰다.
사촌 형과 궁전을 다 구경하고 나와 광장으로 이동했다. 맥도널드에서 각자 마실 것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광장과 주변을 구경했다
나는 망고 스무디를 먹었는데, 사촌형이 이번에도 커피를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문한 망고 스무디를 기다리면서 친구들이 있는 단톡 방에 뭐라고 카톡을 보낸 기억이 난다. 내용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늘막이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잠시 쉬다가 다른 곳을 구경하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분수를 만났는데, 이 분수 주변에 벤치가 있었다. 그 벤치에 앉아서 분수를 구경했다.
분수를 가만히 보다가,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하나- 라는 메모를 적었다.
메모를 적던 순간도 아직 기억나고, 그 메모도 휴대폰에 남아있다.
광장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좀 쉬다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관광지에서 시내쪽으로 조금 더 들어오니 여기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간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러닝을 하는 사람도 산책하는 사람도 나와 형을 지나쳤다.
관광객은 나와 사촌형밖에 없는 느낌도 들었다. 그 느낌이 내가 살던 곳에서의 주말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또 기억이 많이 남는 순간이, 거리를 여유롭게 걷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휴대폰으로 노래를 들었다.
돌아가면서 각자의 추천곡을 재생했는데 내가 선택한 노래를 기억이 나지 않고, 사촌 형이 선택했던 노래가 아이유와 양희은이 함께 부른 '한낮의 꿈'이었다.
한국에서 그 노래를 우연히 들어봤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때 처음 들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멀리 독일 드레스덴에서 들은 그 노래가 정말 좋았는지 형에게 제목을 묻지는 않고 아이유가 누구와 함께 부른 노래냐고만 물어봤다.
메모장에 도둑질이라도 하듯이 아이유와 양희은 두 글자만 적었다.
그 메모를 다시 보니까 옆에 자우림도 적어놨는데, 내가 선택한 자우림의 노래였는지 형이 선택한 자우림의 노래였는지 그것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을 보니까 오후 5시 6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낮이 긴 한여름의 5시에도 왼쪽 사진처럼 하늘이 하늘색을 띠는지 모르겠다. 유럽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낮이 참 길다는 게 새로웠다.
드레스덴 구경을 적당히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강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다리로 가는데, 강변에서 어떤 행사를 하고 있었다. 어떤 행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행사장을 통과해서 다리를 건넜다.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학센을 먹기로 했다. 가이드북에서 독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한 가지로 학센을 추천했다고 사촌 형에게 말했다. 사촌 형은 독일 생활 1년 중에 학센을 그날 처음 먹어봤다고 했다.
학센은 독일식 족발 요리다. 한국에서 먹던 족발보다 식감이 부드러워서 좋았다. 약간 붉은 빛을 띠는 맥주도 한 잔 시켜서 나눠마셨던 것 같다.
처음 먹어보는 학센은 충분히 맛있었는데, 학센과 함께 나온 으깬 감자가 더 맛있었다. 그동안 먹어본 어느 으깬 감자와도 다르게 식감이 정말 쫀득쫀득했고 입에 착 감겼다. 유럽에서 먹어본 음식 중 비엔나에서 먹은 슈니첼과 함께 저 으깬 감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와 형은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춥지는 않았고, 티비에서 축구 경기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식사를 마친 후 프라하로 돌아가기 위해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버스 출발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정류장을 착각한 것인지 형도 나도 헷갈려서 길 건너편으로 넘어가 터미널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직원은 이것저것 알아보더니 버스가 예정 도착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안심하고 다시 길 반대편으로 돌아왔다. 나는 혹시 차를 놓친 것인가 불안해서 주변의 숙소까지 알아봤다.
마침 정류장에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 한 명 있었다. 독일을 여행하고 프라하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했는데, 역시 우리처럼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셋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예정 도착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프라하에 돌아오니 시간이 거의 자정이 다 되어있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한국인 여행객에게 숙소까지 가는 법을 알려주고 나와 형은 숙소로 돌아왔다. 1시쯤 숙소에 도착한 것 같다.
다음날은 프라하를 떠나는 날이었다. 휴대폰으로 그날의 메모를 좀 정리하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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