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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글/메모

대학의 의미

대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거대담론을 입에 담아 글로 적을 능력도 생각도 나는 없다. 그냥 수업 시간에 느낀 점을 적어본다.


  수업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풍경은 내가 군대를 다녀와 학교에 다시 다니며 달라졌다고 느낀 풍경 중 하나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태블릿을 사용한다. 그중에는 필기를 하는 학생도 있고 다른 과제를 하는 학생도 있고 메신저를 주고받는 학생도 있고 옷을 구경하는 학생도 있고 전날 밤의 해외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는 학생도 있다. 가장 많이 보인 노트북 사용의 행태가 대강 이렇고 나는 수업 중에 노트북으로 야구 게임을 하는 학생까지 봤다. 그것의 잘잘못을 내가 따질 수는 없다. 어예 따질 수도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잘잘못을 따지자고 이 글을 적기 시작한 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에 필기 외의 목적으로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만큼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지 않는다. 그건 본인들의 자유다. 한 학기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돈을 지불하고 듣는 수업이니만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든 듣지 않든 그건 본인들의 자유다.


  흔히 사용되는 말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인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잇달아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꼭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이니 '꼭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라는 말은, 실은 '값싼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진 시대'이니 '굳이 비싼 돈을 내고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지식은 그 양과 부피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유통'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많은 지식과 정보에도 음식처럼 유통기한이 생겨서, 어느 시점이 지나면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스턴트'라는 단어가 문득 생각이 난다. 지식은 차고 넘친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텍스트와 사진과 영상들을 모조리 사람의 뇌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 필요한 것만 취사선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수는 전문 강사가 아니다.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진보를 이뤄내야 할 의무도 있다(물론 가르치는 의무를 심각하게 소홀히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잘 가르치는 것을 두고 따진다면 그 비율은 교수들의 비율보다 강사들의 비율이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하고싶었던 말은,

  내가 생각하는 대학은, 시야를 넓히고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아닐까. 이 생각이었다. 지식을 많이 배우는 곳보다는, 어떻게 적절하고 좋은 지식을 선택할 것인지. 그 기준과 시선을 얻는 곳이 대학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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